세계 미술시장은 '올드 마스터' 전성시대

입력 2023-01-31 18:26   수정 2023-04-30 14:37


“미술 애호가에겐 이런 호사가 없죠. 하지만 국내 일반 관객에겐 낯설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를 둘러본 몇몇 미술인의 반응은 이랬다. 주요 작품을 그린 틴토레토, 안토니 반 다이크, 피터르 브뤼헐 등은 서양 미술사에서 손꼽히는 거장이지만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기 때문이다. 합스부르크 600년전에 대해 “대규모 서양 고전미술전이 한국에서 통할지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얘기가 미술계에서 나온 이유다.

이런 우려가 기우로 판명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온라인 예매 티켓은 폐막일(3월 1일)까지 ‘완판’(완전 판매)됐다. 박물관에는 현장 판매 표라도 사려는 관객으로 매일 긴 줄이 이어진다. 누적 관람객은 지난 30일 기준 22만 명을 넘어섰다. 2016년 ‘이집트 보물전’ 이후 7년 만에 최대다.
서양 고전미술 몸값 ‘쑥쑥’
서양 고전 거장들의 매력에 푹 빠진 건 한국 관객뿐이 아니다. 최근 세계 미술 시장에서는 ‘서양 고전 열풍’이 불고 있다. 서양 고전미술 거장들의 1850년 이전 작품, 일명 ‘올드 마스터’(옛 거장) 작품이 주요 경매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5~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올드 마스터 경매 낙찰총액은 각각 6270만달러(약 772억원·수수료 포함), 8660만달러(약 1066억원)를 기록했다. 미술전문지 아트넷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달 영국 런던 경매에서의 올드 마스터 분류 총매출(5800만달러) 대비 급증한 수치”라며 “명백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경매에선 ‘합스부르크 600년’ 전시에 나온 작가들의 작품도 등장했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들고 있는 살로메’는 소더비 경매에서 331억원에 팔리며 이날 경매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는 그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가 걸려 있다. ‘야코모 데 카시오핀’을 그린 반 다이크의 ‘성 히에로니무스를 위한 습작’은 습작인데도 같은 날 경매에서 310만달러(약 37억원)에 낙찰됐다.
‘빛 좋은 개살구’→‘저평가 가치주’
오랜 기간 서양 고전 거장들의 작품은 이름값에 비해 저평가를 받아왔다. 코로나19가 터진 뒤 MZ세대가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이런 경향은 한층 심해졌다. 미술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주로 45세 미만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며 “같은 세대의 작가에게 공감할 수 있고 가격 급등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술시장이 꺾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학준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불황일수록 컬렉터는 ‘경기와 무관하게 확실히 가치가 보장되는 작품’을 선호하는데, 올드 마스터 작품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올드 마스터는 수백년의 검증을 거쳐 살아남은 작품”이라고 했다.

진위 판별 기술이 발전한 것도 올드 마스터 작품의 인기에 한몫했다. 위작을 살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노팅엄대와 브래드퍼드대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초상화의 작가를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림 속 인물의 안면을 인식해 공통점을 추려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작자 미상의 르네상스 시대 초상화 ‘드 브레시 톤도’를 ‘르네상스 3대 거장’ 라파엘로의 그림으로 결론 내렸다.

아직 한국 컬렉터의 관심은 뜨겁지 않은 편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서양 고전미술 작품은 워낙 비싼 데다 그리스·로마 신화 등 한국인에겐 생경한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 컬렉터의 관심 밖에 있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서양 고전미술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국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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